우리 「근로기준법」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에서 굳이 휴가 제도를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대법원 판결은 휴가제도의 본질적 취지를 ①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②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 ③ 노동력의 재생산 등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1).
한편, 근로자가 발생한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소멸한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에 대해 수당으로 보상할 의무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명시한 조항은 없으나, 대법원은 일관되게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금전 보상이 발생한다”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2). 즉,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발생한 연차휴가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수당으로 보상받는 것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3).
1) (대법원 96누4220, 1997.3.28., 판결; 대법원 99도317, 2000.11.28., 판결; 대법원 2019다232490, 2019.9.9., 판결) 2) (대법원 90다카13465, 1990.12.26., 판결; 대법원 2003다48556, 2005.5.27., 판결) 3) 실제 현장에서는 연차 사용과 보상 방식을 두고 회사마다 다양한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① 연차사용촉진제도를 활용하여 근로자가 연차를 모두 소진하도록 하는 방식, ② 일정 일수까지만 미사용 수당을 보상하고 나머지는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 ③ 보상은 하지 않고 일정 범위 내에서 적치(이월)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연차휴가의 본래 취지인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휴식권 보장 등은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실제로 제도 도입 이전인 2000년대 초반에는 연차휴가 사용률이 저조했고, 연차미사용수당이 사실상 부족한 임금을 보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례도 많았다4).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입법자는 연차휴가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사용자가 적법하게 사용을 권유했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당 보상 의무를 면제하는 연차사용촉진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4)『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 고용노동부, 2003. 12.
연차사용촉진제도의 의의
연차사용촉진제도는 「근로기준법」제6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했음에도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할 책임(연차 미사용 수당 지급 의무)을 면제받을 수 있다.
연차사용촉진제도의 시행 절차
기업에서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운영하고자 할 경우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점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차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일정한 방식으로 휴가 사용을 촉진했음에도 근로자가 이를 사용하지 않을 때, 그 미사용 휴가에 대한 금전 보상 의무를 면제해 주는 예외 규정이다. 따라서 법이 정하고 있는 기간·방법·절차를 지키지 못하면, 사용자는 여전히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아래에서 연차사용촉진제도 시행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5)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는 계속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와 계속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발생하는 연차휴가에 따라 시행 절차가 달라지므로, 이를 구분하여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5) 회사별로 연차휴가 운영 기준일을 입사일(근로자 개별 기준)로 하거나 회계연도(회사 일괄 기준)로 달리 운영하기에 두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1. 계속 근로기간 1년 이상 근로자의 경우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시행령」제61조에 따라 두 단계에 걸쳐 촉진 절차가 진행된다.
(1) 통보 촉구(1차 촉진)
회사는 연차 종료일 6개월 전에 잔여 연차가 있는 근로자에게 남은 일수를 서면으로 통보하고, 연차 사용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 근로자는 통보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언제 연차를 사용할지 시기를 정하여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2) 지정 통보(2차 촉진)
근로자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회사는 연차휴가 소멸 2개월 전까지 사용 시기를 지정하여 서면으로 통보할 수 있다.
→ 이 단계까지 마무리해야만 연차 미사용 수당 지급 의무가 면제된다.
기준 | 1차 촉진(통보 촉구) (회사 → 근로자) |
연차사용계획 제출 (근로자 → 회사) |
2차 촉진(지정통보) (회사 → 근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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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내용 | 미사용 연차 일수 및 사용 시기 안내 | 연차 사용 계획서 제출 | 휴가사용시기 지정 및 통보 | |
촉진 기간 |
회계연도기준 * (매년 1월 1일) |
‘25. 7. 1. ~ ’25. 7. 10. (6개월 전, 10일간) |
1차 촉진일로부터 10일 이내 | ~ ‘25. 10. 31. (2개월 전) |
입사일기준 * 2023.10.1. 입사 |
‘25. 4. 1. ~ ’25. 4. 10. (6개월 전, 10일간) |
1차 촉진일로부터 10일 이내 | ~ ’25. 8. 20. (2개월 전) |
2. 계속 근로기간 1년 미만 근로자의 경우
입사한지 1년 미만인 근로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연차가 발생한다.
예컨대 2024년 1월 1일에 입사한 근로자의 경우 2월 1일에 1일, 3월 1일에 1일 … 12월 1일에 1일, 총 11일의 연차를 받을 수 있다.
1년 미만 근로자의 경우에도 연차 촉진 절차는 비슷하나, 촉진 시기가 다르게 진행된다.
(1) 선 촉진(9일)
입사 1년 3개월 전까지 미사용 연차가 있으면 회사가 10일 이내 계획서 제출을 촉구한다.
→ 근로자가 미제출 시, 입사 1년 1개월 전까지 회사가 사용 시기를 지정한다.
(2) 후 촉진(2일)
입사 1년 1개월 전까지 미사용 연차가 있으면 회사가 5일 이내 계획서 제출을 촉구한다.
→ 근로자가 미제출 시, 입사 1년 10일 전까지 회사가 사용 시기를 지정한다.
기준 | 1차 촉진(통보 촉구) (회사 → 근로자) |
연차사용계획 제출 (근로자 → 회사) |
2차 촉진(지정통보) (회사 → 근로자) |
---|---|---|---|
촉진내용 | 미사용 연차 일수 및 사용 시기 안내 | 연차 사용 계획서 제출 | 휴가사용시기 지정 및 통보 |
선촉진(9일) | ‘25. 10. 1. ~ ’25. 10. 10. (3개월 전, 10일 간) |
1차 촉진일로부터 10일 이내 | ~ ‘25. 11. 30. (1개월 전) |
후촉진(2일) | ‘25. 12. 1. ~ ’25. 12. 5. (1개월 전, 5일간) |
1차 촉진일로부터 10일 이내 | ~ ’25. 12. 21. (10일 전) |
연차사용촉진제도의 시행 관련 이슈
1. 연차사용촉진의 통보 방법 : 서면 통보
연차사용촉진제도의 핵심 요건 중 하나는 서면 통보이다. 「근로기준법」제61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61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차 사용을 촉진할 때 반드시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형식 요건이 아니라 제도의 효력을 좌우하는 필수적 절차로 이해된다.
따라서 구두로 “연차를 쓰라”고 안내하거나 사내 게시판에 공지만 하는 것은 서면 통보로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대법원도 사용자가 기한이나 방법을 지키지 않고 단순 공지나 구두 안내에 그친 경우에는 연차사용촉진제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6). 즉, 사용자가 여전히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6) (대법원 2019다279283, 2020.2.27., 선고)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서면으로 인정될까? 종이 문서로 된 통보서는 당연히 유효하며, 이메일이나 전자결재 시스템 등 전자문서 방식도 서면으로 인정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개별 근로자에게 통보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메일·전자문서도 서면으로 인정되지만, 수신 여부가 확인 가능해야 한다”는 행정해석을 내놓고 있다7).
7) (근로기준과-3836, 2004.7.27.)
또한 서면 통보에는 단순히 “연차를 쓰라”는 안내만 있어서는 부족하다. 반드시 남은 연차일수, 사용계획 제출 기한, 미사용 시 불이익(연차 소멸 및 수당 청구 제한)까지 명확히 기재되어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적법한 촉진 절차로 보기 어렵다.
2. 휴가날임에도 근로자가 출근하는 경우
연차휴가일은 “근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회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하고, 근로자가 시기를 정하거나 회사가 직접 휴가일을 지정했다면, 그날은 근로자가 출근할 필요가 없다. 만약 근로자가 휴가일에 출근을 한다 해도,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대법원도 “회사가 적법하게 지정한 휴가일에는 근로제공 의무가 없으며, 근로자가 출근해도 사용자는 노무수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8). 8) (대법원 92다1147, 1992.12.22., 판결)
다만, 회사가 실제로 근로를 받아들여 일을 시켰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사실상 근로가 이뤄졌으므로, 그날은 근로일로 처리되고 휴가일은 복원된다.
따라서 연차휴가는 다시 남게 되고, 근로자는 해당 근로에 대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회사가 지정한 연차휴가일에 근로자가 출근하여 일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회사에서 지정한 연차휴가일에 근로자가 출근하여 일한 경우에는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적법하게 사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9). 따라서 연차사용촉진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휴가일을 지정한 경우, 단순히 휴가일을 지정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일에 근로자의 노무제공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조치까지 필요하다. 형식적으로 휴가일만 지정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연차사용촉진제도의 시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될 여지도 있다. 9) (대법원 2019다279283, 2020.2.27., 선고)
오늘은 ‘연차사용촉진제도’에 대해 살펴보았다. 연차사용촉진제도는 단순히 근로자에게 “휴가를 쓰라”는 안내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근로자가 휴가를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는지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한다. 서면 통보를 통해 남은 연차를 정확히 알리고, 계획 제출 기회를 주며, 회사가 지정한 휴가일에는 실제로 근로를 받지 않는 것까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대법원도 여러 판례에서 강조하듯, 촉진제도는 형식이 아닌 실질이 중요하다. 구두 안내나 게시판 공지에 그친다면 제도가 요구하는 ‘실질적 기회 제공’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절차가 미흡하면 기업은 연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글을 통해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기존 제도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연차일수 안내 서식 마련
△ 이메일·전자결재를 통한 개별 통보
△ 사용계획 제출 관리 및 기록 보존
△ 휴가일 지정 후 노무수령 거부 절차
이와 같은 항목들을 체크리스트화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제도이자,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리스크를 줄이고 인사관리를 투명하게 만드는 제도다. HR 부서가 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때, 근로자는 ‘쉴 권리’를 보장받고, 기업은 불필요한 비용과 분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